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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 O ~ Z/[ T ]

Tracy Chapman (트레이시 채프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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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채프먼을 기억하는가. 지난 88년 미국에서 레이건 시대가 저물 무렵 통기타를 들고 나와 혁명을 노래한 흑인

처녀. 그의 데뷔 앨범은 주류 대중음악에 충격을 던지며 '포크 음악의 저항 정신'을 다시 한번 우렁차게 알렸다.

그와 함께 80년대 말에는 수잔 베가, 미셸 쇼크트 등 여성 포크 가수들에 의해 뉴 포크 붐이 일었다.

트레이시 채프먼은 이듬해 그래미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다음 앨범 《교차로(Crossroads)》를 내놓고 그는 곧바로 활력을 잃었다. 음악적 저항이란 충격으로만 그
치는 것

인지 92년 《마음의 문제(Matters Of Hearts)》는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언론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그는 점점 '잊혀진 가수'가 되어갔다. 거기에 '반짝 가수'란 불명예마저 주어졌다. 그의 인기 쇠락과 함께 포크

열기도 식어 버렸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조용히 신보를 내고 팝계에 복귀했다. 앨범 제목은 마치 그의 새로운 각오를 보여주듯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이었다. 그러나 앨범이 나온 직후에는 전작들처럼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얼핏 재기에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미 싱글 차트 4위, 앨범 차트 6위 '기염'
하지만 마침내 그는 일어섰다. 새 앨범에 수록된 <나에게 이유를 제공해 줘요(Give me one reason)>는

최근 전미 싱글 차트에서 당당히 4위로 올라섰다. 차트 순위로만 따지면 그의 88년 히트 곡인

<고속 자동차(Fast car)>보다 더 좋은 성적이다.

싱글이 아주 늦게 히트했다는 점에서 그의 재기는 한층 극적으로 느껴진다. 가히 '올해의 최고 컴백'이라 할 만하다.

싱글뿐 아니라 앨범도 6위에 랭크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앨범 타이틀인 '새로운 시작'은 그의 노선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깨를 펴고 전처럼 다시 해보자는 뜻이다.

따라서 시대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특유의 고발 정신에는 변함이 없다.

'온 세상이 헝클어져 버려 고칠 가치도 없어.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야. 너무도 많은 고통이,

역경이 있어, 새로 시작합시다!' 이것이 채프먼이 말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간혹 남녀간의 사랑을 노래하지만 일반 팝송 가사처럼 통속적인 연애담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의미 있는 관계

형성'으로서의 사랑이다. 그 관점의 주체는 트레이시 채프먼이다. 싱글 <나에게 이유를 제공해 줘요>가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그의 새 노래들을 두고 전통적인 포크형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포크의 숨결만큼은

온전하게 살아 있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노래가 테크노 댄스 음악과 갱스터 랩의 열기 속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신세대의 음악적 취향이 감각적으로 바뀌면서 느리고 재미없는 포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다고 들 말한다.

하지만 채프먼의 컴백은 이러한 인식에 쐐기를 박는다.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더라도 포크 음악은 끊임없이

비상의 나래를 편다. '포크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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