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의 팝 소울과 댄스 팝을 들려주는 영국의 4인조 걸 그룹 올 세인츠는 탄생 때부터 스파이스 걸스와 여러 모로 비교 대상이 되었던 그룹이다. 이 두 팀의 멤버 구성이나 음악 스타일이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멜라니(Melanie Blatt), 샤즈네이(Shaznay Lewis) 니콜(Nicole Applet!on), 나탈리(Nathalie Applet!on)로 구성된 올 세인츠는 1993년 멜라니와 샤즈네이의 듀오로 처음 출발했다.
이들은 런던의 '올 세인츠 가(All Saints Road)'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녹음 작업을 시작했다. 레이블에서 'If you wanna party(I found lovin')'을 발표한 그 듀오는 1995년 캐나다 출신의 니콜, 나탈리 자매를 영입해 라인업을 갖췄다.
<런던(London)>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한 올 세인츠는 1997년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을 내놓으며 이미 슈퍼스타였던 스파이스 걸스와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였다. 첫 싱글 'I know where it's at'은 데뷔하자마자 영국차트 1위에 올라 기세를 올렸고, 후속 싱글 'Never ever' 역시 차트를 석권하며 <브릿 어워즈>에서 두 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도 얻었다.
하지만 당시 비교 우위는 스파이스 걸스였다. 올 세인츠보다 조금 먼저 등장한 그들은 걸 파워 선풍을 일으키며 걸 그룹 정상이라는 위치를 선점해 논 상태였다. 아쉽게도 올 세인츠는 그 간발의 시간차 때문에 '후발주자의 슬픔'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제2의 스파이스 걸스', '복제품' 등과 같은 치명적인 오명(汚名)을 들어야 했으며, 자신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조명이 스파이스 걸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그러나 그 같은 외면적 평가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힘을 기울였다. 바로 음악적 내실 쌓기와 이미지 특화작업이었다. 이들은 스파이스 걸스에 비해 톡톡 튀는 개성은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가창력이 출중하며, 또한 멤버 전원이 작곡능력을 갖추고 있다. 비주얼 측면으로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매력을 풍긴다.
이들이 들려주는 팝 소울은 비교적 미국 흑인 여성그룹의 힙합과 랩, R&B, 가스펠 전통에 충실하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에서 솔트 앤 페파(Salt 'N' Pepa)나 엔 보그(En Vogue) 또는 TLC의 영향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흑인음악에 영국 특유의 선율과 풍부한 하모니를 배합한 이들의 음악은 그래서 훨씬 더 고급스럽고 더 여성스런 느낌이 든다.
이들의 흑인 필에 최근에는 감각적 테크노가 얹혀졌다. 2000년 개봉작 <비치(Beach>에 삽입된 'Pure shores'는 일렉트로니카 '스타일리스트' 윌리엄 오비트(William Orbit)가 현란한 테크노 색감으로 터치해 논 곡이다. 이어 10월 발표한 2집 역시 윌리엄 오비트가 제작에 참여해 이들의 예의 '커피 빛' 음악에 나른한 전자 음이 어우러졌다.
싱글 발매된 'Black coffee'는 'Pure shores'에 이어 다시 한 번 싱글차트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비슷한 시기에 신보를 내놓은 스파이스 걸스의 저조한 성적과는 대조적이다. 차트 성적만으로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이들이 스파이스 걸스의 아류는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비록 출발은 미덥지 않았지만 2집 출시까지의 과정을 보면 올 세인츠는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듯 보인다. 비슷비슷한 매력을 쫓기보다는 음악성에 보다 승부를 걸었기 때문에 이들은 스파이스 걸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팝 아티스트 A ~ N > [ A ]' 카테고리의 다른 글
Alanis Morissette (앨라니스 모리셋) (1) | 2020.09.14 |
---|---|
Alice Cooper (앨리스 쿠퍼) (0) | 2020.08.28 |
All-4-One(올 포 원) (0) | 2020.07.16 |
America (아메리카) (0) | 2020.07.02 |
Aphrodite's Child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0) | 2020.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