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명칭처럼 형제는 아니지만 빌 메들리(Bill Medley)와 바비 햇필드(Bobby Hatfield)로 구성된 라이쳐스 브라더즈(Righteous Brothers)는 60년대 중반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 푸른 눈의 백인이 흑인들의 점유물인
소울을 부르는 것을 지칭)이란 용어를 정의 내리고 고무시킨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의 듀오이다.
각기 지역 그룹 패러무어즈(Paramours)와 베리에이션즈(Variations)에서 활동했던 빌과 바비는 클럽 블랙 더비
(Black Derby club)에서 만나 62년 팀을 결성하고 63년 라이쳐스 브라더즈로 그룹 명칭을 짓는다.
빌이 낮지만 낭랑한 바리톤을, 바비가 높이 울려 퍼지는 가성의 테너를 맡아 R&B, 가스펠, 소울,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소화해낸 이들은 라틴음악인 'Little Latin Lupe Lu'로 급부상해 64년에는 TV 쇼에 잦은 출연자로
등장하게 된다.
그 해 명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를 만나게 된 이들은 앨범 [You've Lost That Lovin' Feelin']을 발표,
웅장한 발라드 곡이자 당시 라디오 방송곡의 한계에 도전하는 4분에 가까운 동명의 넘버원 싱글에 힘입어 명성을
떨치게 된다.
65년 오케스트라 편곡과 크라이막스를 더해가는 비슷한 스타일의 싱글 'Just once in My Life',
'Unchained Melody', 'Ebb Tide'를 히트시킨 이들은 66년 필 스펙터와 결별을 선언하고 빌의 작곡, 프로듀싱
능력에 힘입어 '(You're My) Soul and Inspiration'을 발표해 골드 디스크를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후 필 스펙터 사단 시절의 분위기와 비슷한 일련의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곡들은 별 반응을 얻지 못하게 되고, 68년 빌은 솔로 활동을 위해 그룹을 탈퇴한다.
이후 바비는 니커보커즈(Knickerbockers)에서 활동했던 지미 워커(Jimmy Walker)를 영입해 한동안 그룹을
지속시켜 나간다.
74년 TV 쇼 [The Sonny And Cher Comedy Hour]에 출연하며 재결합한 빌과 바비는 고인이 된 록 스타들을
추모하는 감상적인 'Rock'n'Roll Heaven'으로 차트 3위에 오르는 화려한 재기를 하였으나 이전만큼의 영화는
누리지 못했고, 빌의 솔로 활동으로 잦은 결별과 결합을 하는 가운데 점점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87년 빌이 제니퍼 원즈(Jennifer Warnes)와 영화 [Dirty Dancing]의 사운드 트랙 '(I've Had) The Time of My Life'를 듀엣으로 불러 세계적인 스매시 히트를 기록했고, 90년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의 사운드트랙으로 재발매된
이들의 예전 노래 'Unchained Melody'가 영국 차트 톱을 기록하면서 이후 간간이 이어지는 순회공연을 통해
그룹은 희미하게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현재는 거의 잊혀진 그룹이 되었지만, 영화에서 쓰여진 'Unchained Melody'로 90년대젊은이들에게도 사랑
받은 것처럼 라이쳐스 브라더즈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애잔한 음색이 돋보이는 노래들은 오래도록 팝 팬들의 기억
속에 살아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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