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마이클이라는 걸출한 팝 스타를 배출한 팝 듀오 왬(Wham!)은 80년대 팝 역사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그룹이다. 소울 음악과 결합된 즐겁고 흥겨운 팝 댄스를 들려줬던 이들은 80년대 특유의 '가벼움'을 관통함으로써 80년
대 팝의 중흥기를 이끌었으며, 수많은 여성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또한 이들은 사실상 90년대에 들어 맹위를 떨친 보이밴드의 효시였다.잘 생긴 외모와 수준급 가창력, 거기에 경쾌한
댄스 팝과 매혹적인 발라드 등 현 보이밴드의 전형이랄 수 있는 특질을 이미 80년대 초반에 확립해, 전부 보여줬기 때문이다.
1981년, 왬은 '나이트클럽 광'이었던 조지 마이클과 그의 친구 앤드류 리즐리에 의해 탄생되었다. 조지 마이클이 작곡과
작사, 보컬, 제작 등 음악에 관한 한 모든 걸 담당했고, 앤드류 리즐리는 그룹의 스타일과 이미지, 비주얼 등 외적인 측면
에만 힘을 기울였다.
그때문에 팀 해산할 때까지 자주 앤드류 리즐리의 역할 부재론이 거론되기도 했다(그렇지만 그룹의 방향성은 앤드류
리즐리가 결정했던 만큼 역할이 아주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꽝!'이란 의미의 그룹이름과 이미지는 앤디 워홀과 더불어 팝 아트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주로 미국의 대중적인 만화를
주제로 매스미디어를 묘사한 바 있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에서 따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이 둘은 1979년, 이그제큐티브(Executive)라는 스카 밴드활동을 하면서 음악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밴드가 해산되고 향후 약 2년간 작곡과 홈메이킹 데모 테이프를 녹음하는 등 수련과정에 들어간다.
당시 작곡한 곡 중에는 나중 메가히트를 기록하는 'Careless whisper'와 'Club tropicana'가 있었다.
몇 번의 오디션 끝에 1982년, 댄스 레이블 <이너비전>(Innervision)과 계약을 체결한 왬은 데뷔싱글 'Wham rap!'을 발표
했지만 영국차트 100위권에도 못 오르는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그 해 10월에 내놓은 두 번째 싱글 'Young guns(go for
it)'은 BBC 방송국의 프로그램 <탑 오브 더 팝스>(TOTP)에서의 인상적인 댄스 공연으로 차트 3위로 도약했다.
1983년 6월 9일, 팝 댄스로 가득 찬 이들의 데뷔앨범 이 발매되었고, 이 앨범은 곧장 영국차트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조지 마이클은 이미 이때부터 독자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한다. 같은 해 8월 그는 미국의 머슬 쇼울스(MusclShoals)
스튜디오에서 전설적인 프로듀서 제리 웩슬러와 함께 'Careless whisper'를 녹음했다(하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고
나중에 런던에서 재녹음되어 나중에 출시된다).
1984년부터 왬의 센세이션이 일어났고, 동시에 그들의 히트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침대 맡에 적어놓았던 앤드류 리즐리
의 노트에서 영감을 얻어 조지 마이클이 만든 'Wake me up before you go go'는 영국차트는 물론 미국차트에서도 정상
을 차지했다.
수년간 공력을 들인 발라드 'Careless whisper'도 3주간 영국차트 넘버원을 지켰다. 이듬해에는 미국차트에서도 역시 3주
간 1위를 기록했다. 조지 마이클이 자신의 부모님께 바친 이 싱글의 미국판 크레딧에는 '조지 마이클이 피처링한 왬의
곡'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앤드류 리즐리가 두 번째 앨범을 구상하는 동안, 조지 마이클은 다른 음악인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했고, 엘튼 존과의 파
트너십도 쌓기 시작했다. 12월에는 밴드 에이드의 난민 구호곡 'Do they know it's christmas time?' 녹음에도 참여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곡 때문에 그들의 크리스마스송 'Last christmas'가 차트 2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이듬해인 1985년 3월에는 서포모어 앨범 이 출시되었고, 그 앨범은 제목
대로 미국에서만 5백만 장이 팔리는 '빅 히트'를 기록했다. 당해 4월 왬은
서구 팝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주인공이 되었다. 그들은 1만여명이
운집한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공연함으로써 '중국에서 공연한
최초의 서방 그룹'으로 기록되었다.
계속해서 조지 마이클은 라이브 에이드 행사에서 엘튼 존과 듀엣으로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를 불렀고, 또 엘튼 존의 싱글
'Nikita'에서 백업보컬을 담당하는 등 확실하게 솔로활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결국 조지 마이클과 앤드류 리즐리는 여전히 친한 사이였지만
서로를 위해 1986년 왬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1986년 4월 발매된 조지 마이클의 두 번째 솔로 싱글 'A different
corner'는 공식적으로 밴드의 종말을 알리는 곡이었다. 같은 해 6월
윔블던 스타디움에 모인 7만2천명의 관객 앞에서 행한 마지막 콘서트
'The Final'을 끝으로 왬은 해산되었다.
왬 이후 조지 마이클은 를 시작으로 솔로가수로서 놀랄만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앤드류 리즐리는 를 발표했지만 'Shake'라는 희미한 히트곡만 남겼을 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왬의 음악을 담당했던 조지 마이클이 성공을 거두고, 음악적으로는 아무런 역할도 못했던 앤드류 리즐리가 실패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지만 추억 속에 남아있던 앤드류 리즐리의 아름다운 매력이 솔로활동의 참담한 실패로
그나마 퇴색해버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어쨌거나 왬은 80년대를 살아왔던 음악팬들에게는 아련한 기억으로,
또 아쉬움으로 존재하는 그런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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